소소한 생각

워킹맘 아들 훈련소 입소하기 (아들 입소시킨 감상문)

Planet One 2025. 2. 5. 15:00

한 6주 전인가.. 아들이 기숙사에서 돌아오더니 소파에 앉아있던 우리에게 갑자기 "나 군대가" 라고 말했다. 

갑자기 학교에서 친구랑 있다가 같이 동반입대 이야기가 나왔고, 그래서 검색을 하다가 특기병자리가 빈곳을 발견했고, 그중에 신청을 했는데 뽑혔다고 한다. (같이 동반입대하기로 한 친구는 안됐다고. 엥?)

그래서 갑자기 군대를 가게 되었고 우리는 듣도보도 못한 K21 승무병으로 아들을 보내게 되었다. 흔한 보직이 아니라..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나중에 아들에게 들어보니 신청자격중에 키가 180cm 이하여야한다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나는 왜 다 쪼꼬미들을 낳았나.. 흠흠

일단 나의 문제는 아들입 입대를 한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보다, 그 날짜였는데, 하필 아들이 입대하는 1월 20일은 내가 지난 1년동안 준비해온 국제행사 기간이었고, 더구나 그날은 내가 맡은 중요한 포럼이 있는 날이어서 못가는게 뻔한 상황이라 날짜를 바꿔보라고 했지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가게 됨. 햅삐~!) 

나는 부산 출장중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올라와서 저녁은 아들이 좋아하는 김치찜과 치킨으로 파티하고, 다음날 오전 함께 논산으로 출발. 주변 식당에서 뭘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전날 많이 먹기도 했고, 아들도 썩 뭐가 먹고 싶지 않다고 해서 우리는 그냥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휴게소지만 뭐라도 더 먹이고 싶어서 국밥, 라면, 옆에 롯데리아 버거에 감튀까지 옹골차게 챙겨서 상차린 엄마.. 하지만 아들은 잘 먹지 못했다.. ㅠㅠ 누나가 기분이 어때? 라고 하니 

"슬픈데 눈물은 안나면서 화가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고 했다. 

휴게소에서 밥먹는데 주변에 동기로 추정되는 모자쓴 아들들과 부모님들 많았다... 

훈련소 입구 사거리부터 차가 밀렸다. 그 와중에 어떤 군복입은 분이 차마다 무슨 쪽지를 주시는데, 마치 군에서 줄법한 시험지 종이에 뭐 사라는 홍보지였음. 오.. 뭔가 치밀한 마케팅. 깜빡 속을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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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은 여러개가 있었는데, 우리는 좀 늦게 간편이라 안쪽 깊숙한 곳으로 가야했다. 거기서는 육교같은 곳을 건너 훈련소로 갈수 있었고, 육교 끝나는 지점에서 입영서류를 확인하고 들여보낸다. 

식이 진행되는 운동장에서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아들 얼굴 보려면 일찍 가서 무대쪽으로 가야한다. 근데 거기서도 사람이 많아서 보일런지...는 모르겠다)  운동장에 집합시키기전 무대에서 부모님들에게는 "아들아 잘 다녀와라" 이런거 시키고 아들들에게는 "잘 다녀오겠습니다" 외치는걸 시키는데.. 정말 목 놓아 외치는 부모님들 계셔서.. 파워 "I" 엄마는 너무 놀랐다고... 오히려 한 남의 집 아들이 어찌나 우렁차게 외치던지 내가 눈물 날뻔.. (우리 아들 소리는 바로 옆에 있는데 잘 들리지도 않음- 내 아들 맞음) 

이제 다들 인사하고 운동장으로 집합하는데 징집대상과 모집대상이 따로 줄을 서게 되어있었다. 이날은 모집이 훨씬 많았음. 아무튼 아들이 운동장으로 내려가고 계속 눈으로 찾아봤지만.. 나중에 식을 할때 모자까지 벗으라고 하니... 이젠 찾을 수 없음 ㅠㅠ 

누가 아들을 보고 싶으면 빨간 패딩을 입히라고 하던데 왜 그런지 알겠음.. 머리 밀고 다 검정 패딩이라... 그리고 요즘 아들들은 다 키커서 우리아들은 어디고 쏙 들어가버림.. 

다 자리에 앉아서 식 기다리는데 몇몇 부모님들이 막 운동장에 내려가셔서 (안내로 올라가라하고 교관들도 올라가라는데) 그때부터 갑자기 나는 아들데려온 엄마에서 행사 진행자의 마음으로 빙의가 되어버려가지고 계속 궁시렁 거림.. 혼자 계속 중얼중얼.. 아니 올라오시라구요.. 그 교관도 남의 집 귀한 아들이구만.. 좀 시키는데로 해주시지.. 등등.. 

식이 다 끝나고 아들들이 이동할 때도 우리가 다 나가야 애들이 우리가 앉아있던 곳에 앉아서 나머지 일정을 할 수 있다고 빨리 이동하라는데 엄청 안나가시는 부모님들 많았음.. (애들 추운데 벽보고 기다리 잖아요 ㅠㅠ)

나중에 일주일 먼저 입대시킨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네 때는 이름부르는 부모님도 없었고, 운동장 내려가는 부모님들도 없었다는 것을 보니.. 그날 분위기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아무튼 나중에 딸한테 "엄마는 좀 차분한 엄마 아니냐?" 했더니 엄마는 궁시렁 거리는 엄마였다고 함. 그렇구나. 

식이 끝날때쯤에 어차피 주차장에서 나가는데 시간 오래걸리니 종교시설에서 아들에게 편지도 쓰고 PX도 다녀가라고 하셔서 또 우리는 시키는데로 했다. 법당에 가서 딸이랑 둘이 편지를 써서 냈는데, 그 주말에 아들에게 들어보니 누나가 써준 내용이 아주 꿀팁이라고 좋아했다. (나는 무슨 내용인지 모름) 

그리고 PX에 갔는데, 주말 코스트코는 명함도 못내밀지경.. 이건 뭔가..아들을 놓아두고 가는 부모의 슬픔을 쇼핑으로 희석하는 느낌.. 사람 진짜 많음. 나도 해외 파트너줄 마스크팩 엄청 쟁이고.. 남편은 뭔 보온용품을 엄청 샀다. 

그리고 나는 다시 부산으로 슝... 

후일담

1. 입소식보다 수료식이 더 중요해서 입소식은 굳이 안가도 된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못 갈줄 알고 그런 글 골라본 1인) 내 경우에는 막상 입소식가니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일단 그날입소하는 아들들이 1,700명이었고 (이렇게 매주 있다니!) 뭔가 나만 보내는거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 휑하던 마음이 좀 달래졌다고 할까.. 

2. 연대장님이 여자분이셨는데, 그분이 인삿말에서 아들들 안전하게 데리고 있다가 보내준다고 하셔서 좀 더 마음이 놓였다. 

3. 남편에 따르면 나는 아들 군대보내면서 눈물도 안흘리는 냉혈한.. 이라고 한다. (눈물 날만하면 다른 분들이 너무 목 놓아 아들이름 부르시고.. 우셔서.. 나는 눈물이 쏙 들어갔는걸... )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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