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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바느질

몸이 안좋다고 놓고 있던 일도 다시 잡아보고, 서점에 들러 책도 사고, 버스 지하철도 타보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왔다. 집에 돌아와서 한동안 손대지 않던 천들을 꺼내어 새로 산 책 커버를 만들었다. 5월 답지 않은 서늘한 날씨. 처음에는 삐뚤기만 하던 박금질이 다시 익숙해 질 때 쯤. 조금 열어둔 창으로 밤바람이 들어오고 라디오에서 고등학생이 중학교때 선생님에게 보내는 잔잔한 음악을 듣고 있으니 문득 행복하다.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일이 해결돼?' 라고 영화 리틀포레스트에서 재하는 서울에서 두망치듯 옛집으로 돌아와 바쁜 날을 보내는 혜원에게 말했다. 바쁘게 산다고 해결되지는 않지. 하지만 살다보니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있다. 그냥 해결되지 않은채로 다시..

소소한 생각 2020.07.30

피아노를 팔았다

피아노를 팔았다. 거의 20년을 손도 대지 않았으니 물건의 효용성을 따지자면 진즉에 팔거나 누구에게 주어버리거나 했어야 했다. 부모님 집 거실 한편에서 그냥 그렇게 있던 피아노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좀 더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시면서 이제 거기에 더 있을 수 없었고, 나는 피아노를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파는 것이 당연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전화기 너머로 중고상 아저씨가 제시한 가격은 너무 터무니없었다. ‘요즘은 큰 피아노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요.’라고 아저씨가 말했다. 가격을 더 쳐주었으면 기분이 나아졌을까? 피아노는 초등학교 2학년 어느 겨울밤에 우리 집에 왔다. 피아노를 배운 지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고, 엄마는 피아노를 사기에 우리 형편이 어쩌니.. 같은 넋두리는 하는 사람이 아..

소소한 생각 20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