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2

엄마의 기일

오늘은 엄마가 돌아가신 지 9년이 되는 날이다. 부모님은 아들이 없이 딸만 셋을 두셨다. 나와 여동생 둘. 엄마가 돌아가시고 첫 3년은 아버지 집에서 4번째는 추모공원에 제사상을 주문해서 제사를 지냈다. 다섯 해 째는 막내가 아무도 안 먹고 힘 만드는 그런 거 말고 엄마가 좋아하는 것 한 두 가지씩만 서로 준비하자고 해서 그렇게 지냈다. 그랬더니 "무슨 전을 부칠까, 무슨 나물을 할까" 를 고민하지 않고, "엄마가 뭘 좋아했더라"를 고민하는 시간이 생겼었다. 아침 일찍부터 둘째는 엄마가 좋아하는 중국전병을 산다고 명동 바닥을 다 뒤져서 전병을 구해왔고, 막내는 엄마가 병원에서 제일 먹고 싶어하던 멜론과 거봉을 사고, 나에게서 엄마가 매떡을 좋아하는지 찰떡을 좋아하는지를 들었다. 이후로는 항상 그런식으로 ..

소소한 생각 2020.10.16

피아노를 팔았다

피아노를 팔았다. 거의 20년을 손도 대지 않았으니 물건의 효용성을 따지자면 진즉에 팔거나 누구에게 주어버리거나 했어야 했다. 부모님 집 거실 한편에서 그냥 그렇게 있던 피아노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좀 더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시면서 이제 거기에 더 있을 수 없었고, 나는 피아노를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파는 것이 당연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전화기 너머로 중고상 아저씨가 제시한 가격은 너무 터무니없었다. ‘요즘은 큰 피아노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요.’라고 아저씨가 말했다. 가격을 더 쳐주었으면 기분이 나아졌을까? 피아노는 초등학교 2학년 어느 겨울밤에 우리 집에 왔다. 피아노를 배운 지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고, 엄마는 피아노를 사기에 우리 형편이 어쩌니.. 같은 넋두리는 하는 사람이 아..

소소한 생각 2020.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