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팔았다. 거의 20년을 손도 대지 않았으니 물건의 효용성을 따지자면 진즉에 팔거나 누구에게 주어버리거나 했어야 했다. 부모님 집 거실 한편에서 그냥 그렇게 있던 피아노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좀 더 작은집으로 이사를 가시면서 이제 거기에 더 있을 수 없었고, 나는 피아노를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에 파는 것이 당연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전화기 너머로 중고상 아저씨가 제시한 가격은 너무 터무니없었다. ‘요즘은 큰 피아노 사려는 사람이 없어서요.’라고 아저씨가 말했다. 가격을 더 쳐주었으면 기분이 나아졌을까? 피아노는 초등학교 2학년 어느 겨울밤에 우리 집에 왔다. 피아노를 배운 지 1년이 지났을 무렵이었고, 엄마는 피아노를 사기에 우리 형편이 어쩌니.. 같은 넋두리는 하는 사람이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