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여사레시피/채식 비건

비건, 채식, 친환경

Planet One 2020. 8. 3. 13:43

우리는 늘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남극에 빙하가 녹고 있고, 수중 생물들은 다양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으며,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단순하게 사람들의 식량이 되기 위해서 소, 돼지, 닭들은 움직일 수도 없는 자기 몸보다 작은 케이지에 갇혀 그저 "고기"가 되기 위해서 태어나서 죽임을 당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저 어떤 사람은 더 자세히 알고 어떤 사람은 그보다 잘 모르고, 어떤 사람은 그 사실을 알고 그 상황을 변화하려고 행동하고 어떤 사람들은 외면하고 그들의 삶을 살아간다.

우리 딸은 어려서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다. 고양이를 한 마리만 키우게 해달라고 졸랐지만, 나는 그때마다 고양이 인형을 사주었다. 일도 해야 하고, 애들도 둘이나 있는데 고양이까지 키운다는 건 그냥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게 한 10년도 넘게 안된다고 하고서는 어느 날 생각지도 않던 장소에서 갑자기 꽂혀서는 (이런 것을 "묘연"이라 하는 것일 거다) 우리 막둥이 코코를 데려오게 되었다.

사람이 아닌 다른 생물과 산다는 것, 사람의 언어는 아니지만 같이 밥을 먹고, 같은 공강에서 생활하고, 의사 표현을 하고 또 아파하고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생명을 마주하다 보면 인간 외 다른 생명체들에게까지 시선이 가게 되는 것 같다. 나의 다른 생명들에 대한 관심은 아마도 고양이 코코에게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재작년 1월, 남편이 갑자기 비건이 되겠다고 했다. 부모님이 모두 고혈압과 당뇨가 있으시고, 아버님은 그 지병 때문에 돌아가셨는데 정기검진에서 수치의 변화가 있으니 미리 대비하는 것 같았다.

몇 해 전 1월에는 갑자기 금연을 하겠다고 하더니, 그 날로 담배를 끊고서는 몇 해가 지나도록 비흡연자로 살아가고 있는 남편이기에 나는 또, 열심히 도와주기로 했다.

그날부터 스스로를 "육식 공룡"이라고 부르는 것을 자랑스러워 (?) 하던 한때 고깃집 딸이었던 나는 비건 공부를 시작했다. 레시피를 찾아보고, 재료도 알아보고 남편과 함께 비건 모임도 가보고 관련 영화도 보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나는 비건은 아니었다. 집에는 고기가 없으면 안 되는 청소년이 둘이나 있고, 고기 안 먹으면 큰일 나는 줄 아시는 어머님도 계셨기 때문에, 매 끼니가 되면 나는 비건 식관 청소년식 그리고 정통 한식까지 준비해야 했다.

현재 나와 남편은 비건은 아니다. 하지만 고기를 먹는 양과 횟수는 크게 줄었고, 가능하면 자연방목 육류와 유제품을 섭취하고 그러다 보니 채식의 비중이 늘었다.

그리고 원래 형태는 사라진 포장된 고기를 보는 시선은 확실히 달라졌다.

비건이 되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남편처럼 건강상의 이유가 있겠고, 동물 권리에 대한 본인의 철학이 있을 수 있겠고, 기후를 걱정해서일 수도 있다. 가축을 사육하는 데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곡물과 물과 공간이 필요하며, 얼마나 좋은 품질의 육류를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는 수익과 직결된 일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육류는 공장식 축산의 형태로 생산된다.

비건 모임에서 함께 보았던 [잡식 가족의 딜레마-황윤] 에서 본 돼지 농장과 도축장의 모습은 충격적이기보다 좀 슬펐다. 결국 죽어 먹이가 된다는 사실보다 어차피 먹이가 되더라도 저렇게 살아야만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비건, 정확히는 비건식에 대해 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먹는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자 바라보는 시야는 더 넓어졌다. 야생과 바다와 하늘의 다양한 생명들이 인간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소비되는 플라스틱, 에너지 그 외의 것들로 인해 고통받는 그리고 사라지는 상황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솔직히 육식 대신 채식을 하는 것이 그리고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더 높은 비용을 요구할 때가 많다.

자유롭게 노닐다 생을 마감한 닭고기는 그렇지 않은 닭고기 보다 비싸고, 어떤 채소는 싼 돼지고기 부위보다 비싸다. -사실 이것도 좀 이상한 상황이기는 하다-

환경과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생활은 생각보다 번거롭고, 제약이 많고 어떨 때는 돈이 많이 든다.

사람들이 한식은 채식에 좋은 식단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외식을 하러 나가면 채식인이나 비건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꽤 찾기가 어렵다. 김지 찌게, 된장찌개에도 고기나 생선 육수가 베이스고 조미료에도 육류 성분이 첨가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유난스럽다, 까탈스럽다"라는 소리는 늘 듣게 된다.


나는 비건도 아니고, 친환경 운동 가는 아니다. 그저 고양이를 사랑하고 다른 생명을 존중하고 싶고, 우리 모두가 안전한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그냥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상황이 되면 채식을 하고 가능하면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챙기며 비닐봉지를 한 장이라도 덜 써보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뭐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나 같은 사람들이 안 쓰려고 노력하는 그 빨대 하나가, 그 비닐봉지 한 장이 덜 쓰이고 두 번 먹을 고기 한 번만 먹는다면 지금보다는 그나마 나은 세상이 될 거라고.

우리가 그냥 모른척하는 것보다, 항상 의식하고 깨어 있는 것 그리고 미약하게나마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결국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을.


얼마 전 비건 페스티벌에서 딱 내 마음 같은 문구를 발견했다.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 느리게 가더라도 멈추지 않고.

#비건 #채식 #고양이 #친환경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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